나의 이야기

사직구장에 다녀온 후 프로야구 단상

금평리 2017. 5. 9. 15:14

이범호, 김윤동, 임기영은 모두 대구출신 기아타이거즈 선수들이다. 타이거즈 선수구성은 크게 임창용, 양현종, 김선빈 등 지역연고파와 윤석민, 안치홍, 김주찬, 나지완, 이명기 등 서울파가 주축이었다. 그런데 여러분이 간과하고 있는 파가 있다. 바로 영남파다. 이범호가 오래전부터 활약하고 있고, 올해는 김윤동, 임기영, 그리고 김민식이 주전을 꽤차고 있다. 그러므로 기아타이거즈의 선수구성 폴더는 지역연고파, 서울파와 더불어 영남파의 지분도 상당하다.

초기 프로야구는 지역출신위주의 선수선발하였다. 당시 인기 있던 각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고교야구를 확장하는 개념으로 탄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권의 정통성이 없는 전두환이 시민들의 정치적 관심을 다른곳으로 돌릴려는 의도로 출발한 것이 프로야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프로야구는 꾸준한 인기를 얻어 나라를 대표하는 스포츠 게임이 되었다. 2000년대 초반에 잠시 주춤한듯하였으나 올림픽과 베이스볼 클레식에서 한국팀이 선전하면서 다시 인기를 끌고 나갔다. 프로야구는 전두환의 작품 중의 하나이지만 프로야구의 역사를 말할 때 출범의 배경에 대해선 별로 언급하진 않는다. 바로 반란군 수괴 전두환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프로야구가 탄생되었더라면 더욱 뿌리 깊고 사랑받는 프로야구가 되었을 것이다.


<부산사직구장에서 최형우 유니폼을 입은 이 아이는 누구인고>



<사직구장에서 기아유니폼을 입은 기아팬과 한컷, 외국에서 한국사람 만난 느낌. 서울은 기아팬이 너무 많아 별로 반갑지 않다.^^>  



<사직구장 모습, 관중석이 고척이나 목동처럼 경사가 심하지 않아서 좋았다. 고척은 응원단이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많으나 이곳은 전좌석에서 응원단의 모습이 보인다.> 



프로야구는 해를 거듭해 가면서 선수선발제도도 많이 바뀌고 FA 및 트레이드, 신인드래프트제도가 활성화 되면서 연고위주의 선수선발에서 포지션별로 필요한 선수를 다양한 방법으로 뽑게 되었다. 초창기 80년대에는 프로야구는 지역감정을 더욱 악화시키는 매개체였다. 타이거즈 선수단 버스가 대구에서 불에 타기까지 하였다. 아마 당시 라이온즈 선수들은 다음 광주경기가 두려웠을 것이다. 이러던 프로야구가 오늘날 역설적으로 지역감정을 완화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타이거즈 출신 김응용, 선동열이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코리안시리즈 우승을 하였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오승환, 안지만, 박석민 , 최형우, 차우찬, 채태인 등 좋은 선수들을 길러 류중일 감독의 연속우승의 토대를 만들었다. 순혈주의를 버리고 혼혈주의를 택한 삼성의 글로벌마인드가 이루어낸 작품이었다. 이로서 프로야구에서 지역주의는 허물어지고 있었다. 초창기 프로야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다. 순혈주의를 버리고 막강한 힘을 보유한 예는 옛 로마에서도 볼 수 있고, 현대 미국에서도 볼 수 있다. 서로 융합하여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혼혈주의를 잘 운용한는 것이 가장 우수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헤겔의 변증법도 혼혈주의의 한 형태라 본다. 반대의 예는 북한에서 백두혈통만 고집하다 나라 꼴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70년대 까지만 해도 남한과 비슷한 경제규모였으나 이제는 경쟁상대로 비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남북한의 격차는 심해졌다. 남북한이 선의의 경쟁을 세계시장에서 대결하는 구도를 만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애석하게도 좁은 한반도에서 남북한이 대결하는 결과는 순혈주의 부자세습만 고집하는 북한 체제의 영향이 크다. 그나마 김대중 선생이 햇볕정책으로 포용하여 세계시장으로 함께 나아가려 하였으나 이후 정권들은 헤게모니 싸움으로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에는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지역주의를 프로야구에서 허물고 있으니 정치인들은 반성 또 반성해야 하며, 프로야구 말로 한국의 보배 스포츠라 할 수 있다. 올해는 타이거스에서 이범호, 김윤동, 임기영, 김민식 등 영남출신들이 맹 활약하고 있다. 라이온즈와 타이거즈가 주거니 받거니 지역주의 완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Play ball>



<경기는 무르익고 롯데의 봉다리 응원이 펼쳐진다.>    



<요즘 전광판은 대형 tv다. 화면이 수시로 바뀐다. 초창기에는 점수판을 끼워 넣던때도 있었다.>

 


개인적 성향으로는 스포츠로서의 야구는 별로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유는 공격과 수비시간 배분이 다른 스포츠는 야성미가 떨어져 보인다. 또 중간중간 멈추었다가 게임을 하는 정적인 운동이다. 축구나 권투처럼 공격과 수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동적인 스포츠가 익사이팅하고 야성을 일깨우는 스포츠가 아닌가 한다. 다만 축구는 공격수는 주로 공격만 하고 수비수는 주로 수비만한다. 보통 골을 넣는 공격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춘다. 반면 야구는 9번타자라도 잘 치면 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칠 수 있고, 후보 투수도 먼진 삼진아웃을 잡으면 시선이 집중될 수 있다. 야구는 모든 선수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는 스포츠라 할 수 있다. 타율과 방어율 같은 숫자로써 성적이 표시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정이 침투하기 어려운 투명한 스포츠라 할 수 있다.   

<경기후 기아선수들이 기아 원정응원단에게 인사하는 모습.  마음속에는 애국가가 나오고 있었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가 전국의 야구장을 순회하는 것이다. 야구도 보고, 지역의 음식도 맛보고, 각 지역의 특색을 느껴 볼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은 이번 오월연휴때 이루었다. 부산에서 기아유니폼을 입은 팬을 보았다. 얼마나 반가운지 기념사진까지 촬영하였다. 서울. 인천에서 보던 기아팬들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내 마음속에 아직 지역주의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는가 보다. 


by hgp, 2017.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