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향, 해남군 화원반도 북쪽끝에 매월리라는 마을이 있다. 한국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아는 땅끝은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이지만, 시골에 사는 우리 어르신들은 위도상의 땅끝인 송지면 송호리는 안중에 없고, 예로부터 "매월리"를 "매개이"라고 손쉽게 부르면서 땅끝이라 불렀다. 이곳에 등대가 하나 있다. 이름하여 수류미 등대라 한다. 이번 추석 연휴때 사진에 담아 봤다.
▲ 수류미 등대(목포구 등대)
수류미!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왜 수류미인지는 몰랐다. 그래서 그 어원을 찾아보았더니 "수류미(水流尾)란 한자로 ‘물 흐르는 끝’이라는 뜻으로 수로 폭이 좁고 유속이 빨라 ‘좁은 해역의 거친 물살’을 의미한다" 라고 되어 있다. 과연 목포로 들어가는 길목인 화원반도와 달리도 사이는 폭이 약 600미터 정도로 폭이 아주 좁은 수로이다. 다도해의 해안선은 매우 복잡하여 목포로 접근하기가 매우 난해하다. 그나마 제일 간결한 항로가 바로 이곳 수류미 해협이다. 특히 제주도 등 남쪽에서 목포로 접근하려면 이곳을 반드시 지나가야 한다. 등대는 1908년 최초 점등되었다고 하니 105년의 역사를 가졌다. 1897년 개항한 목포는 일제의 식민 수탈 창구 중의 한 곳이었다. 임진왜란때 이순신 장군이 "若無湖南 是無國家(만약 호남이 없었다면 나라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난중일기에 쓴 것처럼 이순신 장군은 호남을 일본으로 부터 지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1876년 강화도 조약이래 야금야금 조선을 침탈하던 일본은 호남의 곡창지대에서 생산되는 곡물을 운송하는 창구로 목포를 선택하였다. 따라서 105년전 목포의 관문에 등대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지도에 나와 있는 수류미 등대의 위치
▲ 수류미 등대 건너편 달리도
화원면에 사는 사람들도 이곳에 등대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왜 그럴까? 오지이기 때문이다. 화원면 면소재지에서 여기까지 직선상으로 10.76km이지만,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서 간다면 약 3시간 30분이상 걸리는 거리이다. 중학교 다닐때 이곳에 사는 학생들은 버스를 타고 통학을 하였는데 하루에 몇번 운행하지 않는 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화원삼거리 버스정류장 부근은 이들로 인해 꽤 북적였다. 일부 학생들은 면소재지에서 자취를 하기도 하였다. 옛날에는 화원반도 자체가 섬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교통이 매우 불편했다. 초등학교 시절까지 해남읍까지 가려면 버스를 타고서도 3~4시간 걸리던 때가 있었다. 오늘날 3~4시간이면 자동차로 서울까지도 갈 수 있는 시간이라는 걸 감안하면 참 느리게 살던 시절이었다. 육지교통이 불편하여 오히려 행정구역상 해남이었지만 해남생활권이라기 보다는 배로 1시간 정도 걸리는 목포가 오히려 생활권이었다. 지금은 도로가 아스팔트로 포장 되었고 농촌이라도 자가용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쉽다. 매월리 인근은 풍광이 아름다워 팬션, 별장, 그리고 골프장을 비롯한 오시아노 관광단지가 개발중이다. 나는 시골에서 자란 탓인지 자연적인 아름다움에 큰 감동을 못 느끼는데 이곳은 내가 봐도 경치가 뛰어나다.
▲ 한가로이 수류미 등대앞을 지나가는 여객선
◆ 수류미 등대 연혁
ㅇ1908.01 대한제국 세관공사부 등대국 목포구등대 신설 초점등(유인등대)
ㅇ1964.12 교통부 목포지방해운국 목포구등대
ㅇ1988.08 목포지방해운항만청 목포구항로표지관리소
ㅇ2003.12 해양친구문화공간으로 조성(범선 형태로 종합정비)
ㅇ2008.07 등탑-문화재 등록(등록 문화재 제379호/2008.07.15)
ㅇ2013.04 해양수산부 목포지방해양항만청 목포구항로표지관리소
◆ 소재지 전남 해남군 화원면 매봉길 582(매월리 696-1)(N 34。 45.7', E126。 17.9')
by hgp, 2013.09.29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Diary of Sung woo_Yong-pyung resort in Pyung-chang (0) | 2013.12.31 |
---|---|
북한산 숨은벽코스_몹시 위급한 상황을 만나다. (0) | 2013.12.09 |
장미의 이름, 쉽게 읽기(3/3)_단어 (0) | 2013.08.31 |
장미의 이름, 쉽게 읽기(2/3)_교파, 회 (0) | 2013.08.31 |
장미의 이름, 쉽게 읽기(1/3)_등장인물 (0) | 2013.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