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가없고 끝없고 영원한 것들에 관한 짧은 기록
<영문판 표지> <국문판 표지>
지은이 존 베로 1952년생. 현재 켐임브리지대학 수리과학 교수
오래전,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원시시대에는 그들이 기르는 양의 숫자를 하나, 둘, 셋 하고 세다가 셀 수 없으면 “엄청 많네”라고 표현했단다. 예를 들어 오늘날 처럼 78마리라고 세지 않고 그냥“많다”라고 표현 했단다. 다른 방법으로 많은 수는 표현할 길이 없어 돌이나 나뭇가지등으로 1대1로 대응하여 양들의 수를 관리하였다. 요즘 우리로 치면 그것이 원시인들에게는 무한의 개념이란다. 먼 훗날 후세 사람들 또는 지능이 발달한 외계생명체가 지금의 우리를 보면 “왜 무한을 셀려고 혹은 정의하려 하지 않고 많다고(무한하다고)만 할까”라면서 무식한 사람들이라고 우습게 볼 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어렴풋한 무한의 개념을 혹시나 이해할 수 있을까 하여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하지만 무한에 대한 개념이 획기적으로 해석되었다는 보도기사가 나오지 않는 현재의 상황에서 내가 책 한권으로 무한을 깨달을 수 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 내가 수학자도 아니고 철학자도 아니고 물리학자, 천문학자도 아닌 내가 이 책으로 무한을 깨닫는 다면 천지가 개벽할 것이다.
이 책은 무한에 대해 인류가 고민해 왔던 것을 끄집어 내 주고 한편으로 무한의 개념에 대해 도전해 왔던 수학자에 대해 기술하였고 나아가 우주의 무한, 시간의 무한에 대해 우리에게 알려준다. 지은이가 이러한 무한의 개념을 종합구성하여 자기 의견을 말하지는 않았다.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좀 실망스럽다. 고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현대의 칸토어에 이르기까지 시대에 따라 무한을 어떻게 해석하였는지 이야기 해 준다. 물론 재미있는 애기도 많이 나온다. 손님이 아무리 많아도 무한히 손님을 받을 수 있는 무한호텔 이야기,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던 제논의 역설, 그리고 삼각형 내각의 합이 반드시 180도가 아닐 수도 있다는 휘어진 공간에 관한 이야기 등. 제일 흥미로왔던 것은 시간여행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가 과거로 여행이 가능하다면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인 예수가 부활하던 날, 엄청난 규모의 사람들이 시간여행을 통하여 구경하러 와야 되는데, 역사의 어느 구석을 찿아 보아도 이상한(미래에서 왔기 때문에 당시 사가들에겐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사람들에 대한 언급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 여행은 불가능한 것이다라고 쓰여 있다. 또 한가지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과거로 가서, 또는 미래에서 현재로 와서 약간의 돈만 적금 들어 놓으면 현재 또는 미래에 엄청난 규모로 적금한 돈이 불어 날 것이고 이러한 혼란을 막기 위해 예금금리가 제로로 되어야 하는데, 지금 금리가 조금이라도 붙어 있는 것은, 곧 시간 여행은 불가능 하다는 증명이라는 것이다. 공감이 가는 얘기였다. 앞으로 나는 타임머신에 대한 공상은 접기로 하였다.
평소 무한에 대해 단편적인 얘기는 많이 들어 왔지만 전체적으로 집대성한 책은 이 책이 처음이 아닌가 한다. 시간이 나는 친구들은 한 번쯤 구독하여 볼 만한 책이다. 다만, 불교 용어에서 시공, 윤회, 억겁, 찰나 등에서 보듯이 무한의 개념을 엄청나게 함유하고 있는데 이 책에는 그러한 언급이 전혀 없다. 종교적으로 불교만큼 무한에 대해 심도있게 접근한 종교는 없을 것인데, 서양인의 시각 중심으로 무한을 다루었다는 것이 아쉽다.
둥글게 원을 그리며 걸어 갈 때 바로 앞에 보이는 사람은 나보다 앞서 가는 것일까, 아니면 뒤에 가는 것일까?
ps 제목과 부제가 국문판이 원문보다 재미있게 의역해 놓았다. 옮긴이의 상상력이 발휘되었다.
표지 디자인도 국문이 훨씬 낫다.
by hgp 2011. 07.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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